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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초음파와 초저주파를 듣는 동물: 돌고래, 박쥐, 코끼리의 비밀

by info-bom 2025. 3. 1.

1. 동물의 특별한 청각 능력

인간의 청각 범위는 일반적으로 20Hz에서 20,000Hz 사이이며, 이보다 높은 주파수는 ‘초음파(ultrasound)’, 낮은 주파수는 ‘초저주파(infrasound)’라고 부른다. 하지만 자연에는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주파수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동물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초음파 활용 동물로는 돌고래와 박쥐가 있으며, 초저주파를 감지하는 동물로는 코끼리가 있다. 이들은 각자의 서식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독특한 청각 메커니즘을 진화시켜 왔다.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동물들의 청각 능력이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사냥, 길 찾기, 사회적 신호 전달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2. 초음파를 활용하는 박쥐와 돌고래

박쥐와 돌고래는 모두 초음파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 ‘반향 정위(echolocation)’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박쥐는 어두운 동굴이나 밤하늘에서 날아다니며 초음파를 발산하고, 그 소리가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장애물의 위치와 먹잇감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초음파의 주파수는 종마다 다르며, 일부 박쥐는 100,000Hz 이상의 소리를 낼 수도 있다.

돌고래도 유사한 원리로 반향 정위를 사용한다. 물속에서는 빛이 거의 투과되지 않기 때문에, 돌고래는 초음파를 이용해 시각이 아닌 소리로 환경을 인식한다. 돌고래의 머리 앞부분에는 ‘멜론(melon)’이라고 불리는 지방 조직이 있어 초음파를 집중적으로 발산하는 역할을 한다. 반사된 소리는 하악골(아래턱뼈)을 통해 내이로 전달되며, 이를 통해 돌고래는 매우 정확하게 거리와 물체의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 덕분에 돌고래는 빠르게 헤엄치면서도 먹이를 효과적으로 사냥할 수 있다.

 

 

초음파와 초저주파를 듣는 동물: 돌고래, 박쥐, 코끼리의 비밀

 

 

3. 초저주파를 감지하는 코끼리

박쥐와 돌고래가 초음파를 활용한다면, 코끼리는 반대로 초저주파를 활용한다. 코끼리는 20Hz 이하의 낮은 주파수를 감지할 수 있으며, 이 능력은 먼 거리에 있는 무리와 의사소통을 하거나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 사용된다. 초저주파는 공기를 통해 전달될 뿐만 아니라 지면을 타고 멀리 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코끼리는 발바닥의 진동을 통해 소리를 감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코끼리는 최대 10k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도 다른 코끼리의 신호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초저주파 감지는 단순한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생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먼 곳에서 발생한 폭풍우나 지진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고, 미리 대피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무리 간의 신호 전달을 통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데에도 이 능력이 활용된다.

4. 초감각 청각 능력의 과학적 응용

초음파와 초저주파를 활용하는 동물들의 능력은 과학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박쥐와 돌고래의 반향 정위 시스템은 이미 의료 및 기술 산업에서 응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초음파 이미징(초음파 검사)은 박쥐의 반향 정위 원리를 활용한 기술이며, 돌고래의 신호 처리 방식을 모방한 수중 소나(SONAR) 시스템도 개발되었다.

한편, 코끼리의 초저주파 감지는 지진 탐지 기술과 연계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 지각에서 나오는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물의 소리 감지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은 인공지능(AI)과 음성 인식 기술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음파와 초저주파를 감지하는 동물들은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을 소리로 탐색한다. 이들의 특별한 감각 능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일 뿐만 아니라, 과학과 기술 발전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우리는 자연의 신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이를 인류의 삶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